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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3회에 걸쳐서 이차곡선(원뿔곡선)의 기하학적, 광학적 성질을 묻고 있는 예시문항들을 분석해보겠다. 이 주제는 서울대 논술시험, 연세대 모의논술시험에 출제된 바 있으며, 다른 대학의 논술 예시문항으로도 빠짐없이 등장할 만큼 통합교과형 논술에 매우 적합한 주제여서 수험생들은 체계적으로 학습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주에 다룰 문제는 지난 2005년 11월 서울대가 발표한 2008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 자연계열 1차 예시문항 2번으로서 타원의 기하학적 성질에 관한 문제이다. 서울대는 1차 예시문항 발표문에서 통합논술고사는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고 그 답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결과 중심형 시험이 아니라,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제시된 내용을 토대로 주어진 문제 상황을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사고로 재구성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과정 중심형 시험’이라고 밝혔다. 자연계열 문항은 수학과 과학의 원리들이 통합된 문항’을 출제한다고 발표했다.
또 ‘관련된 공식이나 참고 자료를 제시하여 지식의 유무가 아니라 개념과 원리를 적용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고력을 평가하고자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출제의도를 고려하여 이 문항을 분석해 보자.
제시된 자료를 참고하여 다음 문제를 해결하시오.
케플러는 많은 관측 자료를 조사한 결과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궤도가 인류가 오랫동안 믿어 왔던 원이 아니라 타원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하였다. 이로 인하여 천동설보다 지동설이 크게 지지를 얻게 되었다. 타원은 공의 그림자에서 볼 수도 있고, 원기둥이나 원뿔의 절단면에서도 발견되며, 기울어진 유리잔에 담긴 물의 면이나 물체의 운동에서도 관측된다. 타원에는 두개의 초점이 있는데, 초점의 성질을 이용하면 점화 장치를 만들거나 환자의 몸 안에 든 결석 제거 장치, 전파 탐지나 음악실의 음향 효과 등 다양한 응용을 할 수 있다.
(1) 타원과 직선이 두 점에서 만날 때 이 두 점을 양 끝으로 하는 선분을 타원의 현이라고 하자. 주어진 방향과 평행인 현의 중점은 현의 위치가 변하더라도 모두 일정한 직선 위에 있음을 설명하시오.
(2) 자와 컴퍼스를 가지고 있을 때, 아래 그림과 같이 주어진 타원에서 타원의 중심, 타원의 장축과 단축, 그리고 초점을 어떻게 구하는지 설명하시오.
■ 논제 분석
제시된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이 문항의 핵심이다. 논제만을 읽어보면 제시문을 읽지 않고도 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논제의 요구조건과 제시문을 ‘모두’ 고려하여 답안을 작성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논제로부터 일탈하기 쉽기 때문이다. 제시문과 논제를 번갈아 가며 읽어보자. 제시문의 행간에 숨은 뜻을 찾아내려고 노력해보자. 논제에 답하도록 안내해 주는 결정적 힌트를 제시문 안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사전에 알고 있는 지식만을 앞세워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고 문제의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답안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논제 (1)
이 논제에서는 원의 현과 비슷하게 타원의 현을 정의하고, 평행인 현들의 중점들이 모두 일정한 직선 위에 있음을 설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논제를 보고 재빠르게 좌표평면 타원의 방정식
을 떠올리고, 그 타원과 두 점에서 만나는 기울기가 m인 직선 y=mx+n을 설정하여 타원과 직선의 두 교점의 중점의 자취의 방정식을 구하는 복잡한 계산을 하기 시작하였다면 보기 좋게 논제로부터 일탈한 셈이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설명이 비록 결과적으로 옳은 설명(증명)일지는 몰라도 논제에서 요구한 사고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합논술고사에서는 제시된 자료를 참고하여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제시된 자료를 전혀 참고하지 않은 것이 논제로부터 일탈한 결정적인 이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제시된 자료를 참고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짧은 제시문을 통하여 출제자는 타원을 관찰할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들(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궤도, 공의 그림자, 원기둥이나 원뿔의 절단면, 기울어진 유리잔에 담긴 물의 면, 물체의 운동)과 타원의 초점의 성질을 응용한 사례들(점화 장치, 결석 제거 장치, 전파 탐지, 음악실의 음향 효과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문구들이 문제를 보기 좋게 꾸미기 위한 미사여구들이 아니라 논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논제 (1)을 쉽게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 단서일까? ‘원기둥의 절단면’에서도 타원이 관찰된다는 사실이다! 원기둥의 절단면을 관찰하는 것이 다른 경우에 비하여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원기둥의 절단면과 밑면의 관계를 중심으로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 두 면의 관계를 푸는 열쇠는 평행광선들이 광선에 수직인 면에 만드는 그림자, 즉 ‘정사영’이다.
평행한 선분들의 동일 평면 위로의 정사영은 평행한 선분들이 된다. 원기둥 절단면(타원) 위의 평행한 현들은 원기둥 밑면(원) 위의 평행한 현들로 정사영된다. 역으로 원기둥 밑면(원) 위의 평행한 현들은 원기둥 절단면(타원) 위의 평행한 현들로 역정사영된다. 이러한 기하학적 성질을 이용하면 이 논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논제 (2)
이 논제는 자와 컴퍼스를 가지고 주어진 타원의 중심, 장축과 단축, 그리고 초점을 작도하라는 것이다. 논제 (1)에서 확인된 타원의 기하학적 성질을 활용하여 해결해야 함은 물론이다. 즉 타원 위의 평행한 현들의 중점이 일정한 직선 위에 있다는 사실로부터 타원의 중심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타원은 그 중심에 대하여 대칭인 도형이라는 사실을 이용하여 장축, 단축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타원의 장축과 단축을 알게 되면 타원의 촛점을 작도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된다.
여기서는 중학교 과정에서 배운 작도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야 할 것 같다. 눈금없는 자와 컴퍼스만을 이용하여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도형을 그리는 것을 ‘작도(作圖)’ 또는 ‘작도문제’라고 한다. 작도에서는 i) 두 점을 잇는 직선을 긋는 일, ii) 선분을 연장하는 일, iii) 임의의 한 점을 중심으로 해서 다른 한 점을 지나는 원을 그리는 일이 약속되어 있다. 이와 같은 세 가지만이 허용되어 있는데, 이 세 가지를 ‘작도의 공법(公法)’이라 한다. 간단한 작도는 공법을 되풀이함으로써 풀 수 있지만, 복잡한 것은 공법의 형태만으로는 설명이 매우 길어지므로 몇 가지 간단한 작도는 보통의 공법에 따르지 않고 그대로 작도 가능한 문제로서 취급된다. 이와 같은 작도를 기본작도(基本作圖)라 하는데, 논제 (2)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기본작도는 다음 세 가지 정도이다. 이러한 기본작도는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답안을 작성해도 무리가 없다.
▶주어진 선분 AB의 수직이등분선 l을 긋는다.(그림1)
▶주어진 점 P를 지나 주어진 직선 XY에 수선 l을 긋는다.(그림2)
▶주어진 점 P를 지나 주어진 직선 XY에 평행직선 l을 긋는다.(그림 3)
■논제 해결
논제 (1)
원기둥을 비스듬히 자른 단면은 오른쪽 그림과 같은 타원이 된다. 이 타원을 원기둥의 밑면을 포함하는 평면 위로 정사영하면 원기둥의 밑면인 원이 된다. 이러한 원기둥의 절단면과 밑면의 관계에서 논제 (1)을 해결할 수 있다.
오른쪽 그림과 같이 타원 위의 평행한 두 현 AB, CD의 밑면으로의 정사영을 각각 현 A’B’, C’D’이라 하면, A’B’//C’D’이 된다. 이때 타원의 두 현 AB, CD의 중점 M, N은 각각 원의 두 현 A’B’, C’D’의 중점 M’, N’으로 정사영된다. 그런데 원 위의 평행한 현들의 중점들은 원의 중심 O’을 지나는 일정한 직선(원의 지름!) 위에 있고, 타원의 중심 O는 원의 중심 O’으로 정사영된다. 따라서 타원의 평행한 현들의 중점들은 타원의 중심 O를 지나는 일정한 직선 위에 놓이게 된다. 이것으로 논제 (1)은 해결되었다. 이제 이 결과를 이용하여 논제 (2)를 해결해보자.
논제 (2)
① 타원의 중심 찾기
논제 (1)에서 확인한 사실은 타원 위의 평행한 현들의 중점들이 타원의 중심을 지나는 일정한 직선 위에 있다는 것이다. 이 결과를 이용하면 타원의 중심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아래 그림과 같이 주어진 타원 위에 임의의 평행한 두 현 AB, CD를 그린다. 이어서 선분의 수직이등분선을 작도하는 방법으로 두 현 AB, CD의 중점 M, N을 각각 구한다. 이 때 두 점 M, N을 지나는 현 EF는 타원의 중심을 지나는 현이므로, 현 EF의 중점 O가 타원의 중심이 된다.
② 타원의 장축, 단축 찾기
위에서 타원의 중심 O를 찾았다. 이제 오른쪽 그림과 같이 컴퍼스를 이용하여 타원의 중심 O를 중심으로 하고 주어진 타원과 네 점 P, Q, R, S에서 만나는 원을 하나 그린다. 이제 선분 PQ의 수직이등분선이 타원과 만나는 두 점을 각각 A, B라 하고 선분 PS의 수직이등분선이 타원과 만나는 두 점을 각각 C, D라 하면, 선분 AB는 타원의 장축이 되고 선분 CD는 타원의 단축이 된다.
③ 타원의 초점 찾기
아래 그림과 같이 타원의 중심을 O, 장축을 AB, 단축을 CD라 한다. 타원의 장축의 한 끝점 B를 지나고 장축에 수직인 직선을 긋고, 또 단축의 한 끝점 C를 지나고 단축에 수직인 직선을 그어서 두 직선의 교점을 E라 한다. 이때 점 C를 중심으로 하고 점 E를 지나는 원을 그려서 그 원이 장축과 만나는 두 점을 각각 F, F’이라 하면 이 두 점 F, F’은 주어진 타원의 두 초점이 된다. 여기서 타원의 장반경 OB(또는 OA)와 선분 CF(또는 CF’, DF, DF’)의 길이가 모두 같다는 사실을 이용한다.
티치미 통합논술 대표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