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친구되려면 '수학일기' 쓰세요
강사 한태훈씨가 제안하는 '즐거운 수학공부법'
지난 8월, 한국과학영재고가 2007학년도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144명의 합격자 명단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린 학생은 오규진군. 이 학생은 놀랍게도 신서중 1학년에 재학 중이다. 타고난 지능과 수리력 그리고 수학적 감각 등이 수석합격을 가능케 했다. 무엇보다 오군의 합격에는 일상에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게 만들었던 한 강사의 독특한 공부법이 큰 힘이 되었다. 바로 CMS생각하는수학교실 한태훈 강사의 ‘즐거운 수학공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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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시간 외에도 만나 정답게 대화하는 강사 한태훈씨와 오규진군. |
수학일기, ‘일상과 수학원리의 자연스러운 만남!’
한태훈(32) 강사가 오군을 처음 만난 것은 2002년 11월. 목동의 한 영재교육기관에서 공부했던 8명의 초등생들이 학원을 찾았다. 공식에 따라 문제 푸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과 사고력을 통해 수학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력 수학’을 배우기 위해 찾았던 것. 한 강사는 먼저 학생들이 일상에서 수학과 친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권한 공부법이 바로 ‘수학일기’였다.
수학일기는 그날 배웠던 수학 원리나 내용에 대해 학생의 느낌이나 생각을 정리해 일기형식으로 기록하는 것. 아무리 사소한 수학공식이나 법칙이라도 그날 배우고 느낀 내용에 대해 일기를 써야 한다. 처음 오군은 한 강사의 권유에 반신반의했다. “일단 생소했어요. 왜 이런 걸 써야 하는지 몰랐죠. 그래도 ‘선생님이 고집하시니 뭔가 있겠지’라고 일단 믿었어요. 그런데 수학일기를 쓰다 보니 그날 공부했던 내용을 정리하고 한번 더 생각하는 기회가 되더군요. 수학이 더 재미있어졌죠.”
학생들의 수학일기에는 수업에 배운 수학원리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과정이 가득하다. 바로 한 강사가 원했던 공부법의 목표였다. 한 강사는 학생들이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글 쓰는 훈련도 겸하게 된다고 한다. “아이들의 수학일기를 읽으면 수학적 사고력과 서술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호기심을 더 많이 갖게 돼 학습 효과를 자연스럽게 높이게 됩니다. 아이들의 동의를 받고 제가 수학일기에 첨삭을 하죠. 잘못 이해한 부분을 고쳐주기도 하고 독특한 해석에는 칭찬도 해줍니다. 수업시간에 할 수 없었던 이야기도 수학일기를 통해 나눌 수 있는 거죠.”
수학독후감, ‘다양한 분야를 수학과 연관시켜 공부할 수 있죠!’
한 강사가 학생들에게 권한 두 번째 공부법은 바로 ‘수학독후감’. 학생이 수학과 연관된 다양한 분야의 교양서적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이다. 한 강사는 자신이 학창시절, 전공이었던 수학보다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제가 수학보다 수학역사나 수학자에 대해 더 흥미를 느꼈거든요. 역사와 인물을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수학원리를 깨닫게 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아이들에게 수학역사, 수학자, 수학 원리에 관한 흥미로운 책을 읽히고 독후감을 쓰게 한 겁니다.”
오군의 경우, 한 강사에게 처음 추천 받은 책은 ‘아무도 풀지 못한 문제’였단다. “전에는 교재로만 수학을 공부했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을 접하고 ‘이런 책도 있구나’ 싶었어요. 매달 선생님이 최소 한 권의 책을 읽게 하셨죠. 나중에 스스로 서점에 가서 수학과 연관된 코너를 찾아 다른 책도 읽었어요. 즐거운 취미생활이 되었죠.”
학생들은 한 강사의 지도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 책을 한번 읽고 덮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숙독했다. 어려운 문제도 여러 번 읽게 되면 서서히 답이 보이듯 자칫 놓쳤던 책 속의 내용들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책을 읽고 쓴 수학독후감은 약 6개월 정도 모았다가 다시 읽어보았다. 복습도 하고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반성하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한 강사는 수학독후감이 장기적으로 통합논술에도 대비할 수 있는 공부법이라고 말한다. “수학 한 과목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과목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과정에서 종합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게 됩니다. 통합논술에 대비한 공부법이라고도 할 수 있죠.”
오규진군의 수학일기 (2003년 8월 29일)
역설은 정말 대단하다. 역설이란 참이든 거짓이든 2개가 공존해서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예로 들어본다. 어느 날 엄마와 아기가 늪을 산책하다 악어에게 붙잡혔다.
악어: 내가 아기를 잡아먹을지 아닐지 알아 맞추면 살려주고, 틀리면 잡아먹겠다.
엄마: 너는 아기를 잡아먹을 거야.
악어: 어떡하지? 만약 내가 잡아먹으면 살려주게 되고, 만약 살려주게 되면 잡아먹게 되고, 으… 골치 아파!!
그래서 악어는 엄마와 아기를 놓아주게 되었다. 여기에서 본 것처럼 역설은 골치 아프지만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다. 정말 역설은 대~단하다.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 같은 것조차… 수학과 관계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행복플러스
글= 전범준기자 jbj@chosun.com
사진= 이경호기자 h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