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배종수/'가분수' 만드는 수학교육
초등학교 시절 ‘가분수’라는 별명을 가진 반장이 있었다. 머리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유달리 컸기에 수학 선생님이 가분수를 공부하다 붙여준 별명이었다. 이 일이 일어난 뒤 우리 반 아이들은 가분수의 뜻을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가분수는 어느 곳에 필요한 것일까. 혹시 일상생활이나 학문의 세계에서 다른 건 아닐까.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배우는 학생은 이러한 의문을 갖게 된다.분수는 인류의 발생과 함께 등장했다. 사냥꾼 4명이 토끼 1마리를 잡았다면 어떻게 나눠가지는 것이 공평할까. 한 마리를 4분의 1씩 나누어 가지면 된다. 4명이 2마리를 잡았다면 4분의 2씩 나누어 가져야 할까, 아니면 2분의 1씩 나누어 가져야 할까. 정답은 2분의 1이다. 즉, 두 마리를 각각 4조각으로 나눠 2조각씩 갖는 것이 아니라, 두 마리를 각각 2조각으로 나누어 한 조각씩 갖는 것이다.
4명이 3마리를 잡았을 경우, 세 마리를 4분의 3씩 나눠 갖는다면 양적인 측면에서는 공평하지만 내용면에서는 공평하지 않다. 두 마리는 2조각씩으로 나누어 한 조각을 갖고, 한 마리는 4조각씩으로 나눠 가져야 한다.
이 같은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물건을 공평하게 나누기 위해 실생활에 사용한 분수들은 ‘4분의 1, 4분의 2, 4분의 3…’과 같은 진분수가 아니고 ‘4분의 1, 2분의 1, 4분의 1+2분의 1…’과 같이 분자가 1인 단위분수이거나 단위분수들의 합으로 나타낸 분수들이다. 그래서 이집트 시대부터 선조들은 3분의 2(3분의 2는 단위분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없음)를 제외한 모든 분수들은 단위분수의 합으로 나타내 생활에 활용했다.
다른 경우의 예를 보자. 4명이 함께 사는 집에 한 명이 귀가하지 않고 3명만 있을 때, 수박 한 통을 먹는다고 가정하자. 집에 있는 3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을 표시하는 분수는 진분수인 4분의 3이지 단위분수의 합인 2분의 1+4분의 1이 아니다.
이처럼 분수는 단위분수의 합으로 나타내 사용하는 경우도, 진분수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사냥꾼 4명이 토끼 4마리를 잡았다면 4분의 4씩 나누는 것이 아닌 한 마리씩 갖는 것이다. 만일 4명이 토끼 5마리를 잡은 경우 역시 4분의 5씩 나누는 게 아니라 각각 한 마리와 4분의 1씩을 나눠 갖는 것이다.
이같이 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분수는 ‘4분의 4, 4분의 5, 4분의 6…’과 같은 가분수가 아니고 ‘1, 1과 4분의 1, 1과 4분의 2…’와 같은 대분수이다. 가분수(假分數·improper fraction)는 실제 생활에 활용되는 분수가 아니기 때문에 ‘가짜분수’라 할 수 있다. 대분수(帶分數·mixed fraction)는 실제 생활에 활용되는 분수로서 자연수와 분수가 연대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2분의 1, 4분의 3’과 같은 진분수(眞分數·proper fraction)는 분수의 의미에 합당하다는 ‘진짜분수’라는 뜻이다. 이처럼 분수는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했다. 때문에 분수 교육에서 왜 가르치고 배우는가에 대한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이 분수를 실생활과 관련시켜 공부했을 때, 여러 곳에 수학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올해부터 수능시험 이과 1등급이 이과대(의대 약대 수의대 등은 제외)에 지원하면 4년 동안 국비로 장학금을 준다. 그렇지만 이과대가 학생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학을 바르게 교육하지 않아 학생들이 수학을 기피하게 된 데 있지 않을까. ‘분자가 분모보다 크거나 같은 분수’는 가분수의 용어 풀이이지 개념은 아니다. 그런데도 가분수의 개념을 허다하게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필자는 수학이 과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을 발전시키는 기초라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수학을 두뇌를 계발하는 도구이자 실제 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도구로 응용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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