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별 여행자 (수문편집을 마치며)
개인적인 2009년은 교단여행이었습니다. 17년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순간이었고, 그 뜻을 펼칠 기회였습니다. 적은 솜씨로나마 시작된 수문(수학문학)과 심화·보충수업이 강행되었습니다.
저도 사교육에 갈망하던 혹은 곁눈질하던 여중생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좀 더 특별한 수업을 원했고, 반복되거나 혹은 이끌어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마침내 서게 된 교단은 이 여중생에게 내민 손을 잡아주는 여행이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나를 향한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너를 통한 여행에서 자신에게서 자신으로 떠나는 걸음걸음이었습니다. 인내심과 폭발, 열정과 허기, 광기와 창의력, 아이디어 등 모든 것이 오르고 내리면서 쉬면서 쉼 없는 펌프질의 흐름이었습니다.
학생들을 대하면서 어느 순간 어떠한 말도 못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작은 모습에서 쪼개놓은 듯한 나의 단면들의 배열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분신들이면서도 분신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감히 소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두가 나이면서 또한 내가 아닌, 아이들에게 무엇을 말해야 하는 것인지, 어디를 보여줘야 하는 것인지 혼란이 왔습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글로, 어떤 이는 그림으로, 목소리로, 몸으로 그의 생각과 감정을 풀어놓습니다. 과연 제가 이를 읽을 눈이 있었는지, 언제까지 어느 만큼 물을 주어야할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꺼내 주어야할지 알았는가, 라고 질문한다면 대답은 아니오, 입니다. 흔히들 공부를 우공이산이라 합니다. 산을 옮기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깎이기만 하였습니다. 수학도 잘 모르면서 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부족한 제가 여러분과 함께 흉내라도 내본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선생님은 이 작업에 있어서, 명성과 수상 등의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아마추어이지만 시도했던 본질은, 이런 경험을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내게도, 여러분에게도 수학을 글로 써보는 것은 이것만으로도 색다른 차원이 펼쳐지리라 믿었습니다. 특히,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수학적 아이디어에 여러분의 멋진 창의력이 곁들여지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하루가 24라는 숫자로 정확하게 나눌 수 없듯이, 우리는 인위적인 논리를 배우는 것이 수학입니다. 추상성을 띈 채 다가오는 이 학문이 우리에게는 멀게만 느껴지지만, 크기나 기준처럼 우리의 일상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진리와 이치를 설명해주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몇 권의 책과 몇 개의 주제를 통해 소통하였습니다. 이 경험을 살려 나이가 들어서도 수학이라는 두 글자를 미운오리새끼로 만들지 않길 바랍니다.
여행은 약점을 극복하는 법을 가르쳐주기에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아마도 제 여행의 이유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여러분은 어디에 있나요? 어디까지 왔나요? 혹시 이제 시작하고서는 지쳐있지는 않나요? 저도 아직, 여행 중이랍니다.
세상일이 그렇듯 예상치 못한 결과는 항상 내재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작가가 있더라도 독자가 있어야 존재하듯이, 여러분과 함께한 이 책은 작가이면서 독자이고, 함께이었기에 더 감사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부족한 지도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배움은 일방통행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 책을 함께한 모든 학생들과 이 소중함을 함께 나누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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