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함수란 -김가영
함수는 관계다. 함수의 수학적인 정의는 '두 집합 X, Y에서 집합 X의 각 원소에 대하여 집합 Y의 원소가 하나씩만 대응하는 관계'이다. 중등학교에서 배우는 함수의 예는 직선이나 곡선 등의 선의 종류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항상 선으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가우스 함수처럼 선분들의 집합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디리끌레 함수처럼 무한이 두 점으로 대응되기도 하고, 그림으로 나타낼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식으로 표현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함수를 알게 되면서 변화관계 또는 대응관계로 주변에 일어나는 것을 대입해보곤 한다. 마치 공식처럼 답이 떨어질 때도 있고 내일이라는 함수처럼 예상하지 못해 즐거운 기다림을 선사해줄 때도 있다. 나의 존재를 나와 관계하는 모든 것으로 말할 수 있듯이 관계는 존재를 보장한다. 함수는 무엇을 보장할까. 아니 함수는 함수다. 어떠어떠한 관계라고 정의해놓은 하나의 관계이다.
실생활과 함수를 생각하다 선생님이라는 함수와 꼴이라는 함수를 생각해보았다.
먼저 교육의 삼요소는 교과서와 선생님과 학생이다. 이들의 관계는 학생들은 학교에 가서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교과서를 받고서 학교에 다닐 준비를 한다. 수업이 시작되면 교과서를 준비하여 수업에 임한다. 여기에서 학생과 교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학생은 수업에 들어가기 전 예습을 통해 수업에 대한 준비를 할 것이고, 교사는 대학과정을 포함하여 교수와 교재연구를 통해 수업에 대한 준비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수업은 무엇일까. 일전에 수학교과서 저자의 글을 읽었었는데 이렇게 쓰여 있었다. “교과서는 글로 쓰인 지식으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잘 정리정돈 해놓은 책입니다. 이것을 교사가 그대로 읽으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사의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 숨 쉬도록 만들어 주리라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나도 동의한다. 혹 교과서만 보고 이해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사는 그런 친구들을 기대하기보다 최선을 다해서 교과서를 가장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적인 연계성과 자유로운 접근방법을 통해 살아있는 수학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수학수업이라 생각한다. 교과서에 따라 학생에 따라 수학수업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의 몫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과서라는 정의역이 선생님이라는 함수를 만났을 때 수업이라는 치역은 일정한 기울기(직선)를 보이거나 기하급수적인 기울기 등 다양한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이런 함수는 교사의 열정과 학생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실체의 세계와 삶의 세계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와 이에 속하는 원소들도 일대일대응함수(정의역의 각 원소가 공역의 각 원소에 대응되며, 치역과 공역이 같은 함수)를 이룬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손으로 잡을 수 없다. 사랑하는 마음을 끊을 수 없고 늙고 병드는 몸을 멈출 수 없다. 몸과 마음은 진리와 함께하고 있는 실체의 세계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를 거슬리려 하여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그 고통을 들여다보면 죽기 싫어하면서 살려고 하고, 늙기 싫어하면서 젊어지려 하고, 병들기 싫어하면서 건강하길 바란다. 일대일대응함수처럼 이들은 대응되면서 동시에 동전의 앞면과 뒷면과 같다. 앞면만 모은다 한들 뒷면이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의 삶은 고통 속에서 살아야할까. 삶을 살아가는 것은 몸과 마음이 아니라 생각과 말과 행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긍정의 힘을 강조한다. 인간의 삶에 이런 상수함수(모든 정의역이 하나의 치역으로 대응되는 함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감정이 긍정으로 대응되기보다 긍정 주변으로 몰리면서 긍정바닥에 더 악랄하고 지능적인 악행을 저지를지도 모르는 나를 키우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권력, 명예, 돈 등 이런 것들은 취하려는 사람보다 진정 자신의 행복을 취하는 사람에게 그런 습이 따라온다고 한다. 또한 습관은 항등함수(정의역의 각 원소가 함숫값으로 대응되는 함수)처럼 세습된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습으로, 부자인 사람은 부자의 습으로 말이다. 정직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가난한 습으로 가난하게 살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그 습을 바꾸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을 치장하기보다 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습이 더 이상 나를 해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없어져야할 것도, 더러운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신생아가 태어나서 1초 만에 죽더라도 아이는 1초의 숨으로 세상을 바꾸어놓았다고 한다.
실체의 세계와 삶의 세계를 분리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 성질이 말하고자 하는 것, 인간 그 자체로 이미 축복이라는 것이다. 각자의 꼴을 찾아 자신의 자리에 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조건이나 겉으로 보이는 행복한 해피엔딩 영화가 아니라 어느 영화든 행복한 사람이 보는 삶이 필요하다고 본다. 긍정적인 삶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는 삶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삶이 함수화가 된다면 치역은 정의역에 따라 자신의 자리에서 걸림 없이 살아가고, 행복해져서 눈, 코, 입이 사라질지 모른다. 지금 나는 이 함수를 만나서 치료를 하고 있다. 나를 숨기지 않고 도망가지 않고 내 힘으로 바로 서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갖고 태어난 나만의 보물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우리 학생들도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충분히 알아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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