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4학년 수학 교과서의 질문 방식을 나눗셈 단원을 중심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질문의 목적별로 살펴보면, 첫째, 주로 학습 내용을 ‘이해’하도록 질문을 제시하는 경우가 지배적이라 할 수 있다. 학습 내용을 수많은 질문의 형식으로 제시하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 학습 내용 자체가 되도록 구성되었다. 학습 내용의 ‘이해’를 위해 각 페이지의 첫 부분에 그림이나 문장으로 된 질문을 제시하고, 그리고 그림과 질문의 내용에 대한 계산의 과정을 숫자를 이용하여 제시하였다. 설명의 과정은 매우 간략한 편이다.
둘째, 학습 내용의 ‘숙달 및 확인’을 위해 많은 수의 질문을 제시하였다. 학습 내용을 숙달하는 데 충분한 연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셋째, ‘흥미 유발’을 위해 놀이 형태의 활동을 하도록 하는 질문과 만화·그림·도형·박스 등을 이용한 질문들을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특히 주사위를 던지는 놀이를 통해 나눗셈을 연습하도록 하거나 가족이 일주일간 소비한 것을 적어보도록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넷째, ‘사고의 확장’을 위한 질문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적은 빈도로 제시되었다. 여기에는 문제를 직접 만들어 보도록 요구하는 질문, 여러 단계의 연산과 계산식을 나름대로 도출하도록 하는 질문, 사전에 어림잡아 계산하도록 하는 질문, 일주일·한달·1년의 시간 개념을 요하는 질문 등 사고를 요하는 질문들이 포함된다. 특히 문제를 직접 만들도록 요구하는 질문이 특징적이었다. 그 예는 다음과 같다.
○ 각기 네 가지 과제들을 만들어 보아라.
a) 결과는 다섯 자리 수여야 한다. b) 결과는 네 자리 수여야 한다.
10 164 27 972 82 908 47 712 65 268 : 4 7 6 3
위의 질문에서 나타나듯이 독일에서는 곱셈이나 나눗셈을 표시하는 방식과 숫자를 기입하는 방식이 특이하다. 곱셈의 표시는 ‘x'대신 ‘·’으로 표시하며, 나눗셈 표시는 ‘÷’ 대신 ‘:’으로 하며, 숫자를 쓸 때에는 천 단위 마다 약간의 간격을 띄우고 있다(예: 29 000: 100). 그리고 숫자를 사용할 때 알파벳으로 된 약자를 쓰기도 하는데, 만단위는 ZT, 천단위는 T, 백단위는 H, 십단위는 Z, 그리고 일단위는 E로 표시한다.
한편, ‘가족의 음식 소비량’을 계산하는 질문의 경우, 네 명의 가족이 일주일간 소비한 여러 가지 음식의 소비량을 제시하고, 가족이 하루에 소비하는 양, 한 사람이 하루에 소비하는 양, 가족이 일년 간 소비하는 음식양, 그리고 자신의 가족이 소비하는 음식양을 계산하도록 하였다. 이 질문은 학생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면서도 시간 개념과 나눗셈, 곱셈을 모두 활용하도록 한 점이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질문의 유형으로는 정형적, 기본 연산, 수식 질문이 주로 활용되었다. 간혹 제시된 비정형적 질문으로는 앞서 제시한 사고 확장의 질문들이 있다. 즉, 문제를 직접 만들도록 하거나 여러 단계의 연산과 계산식을 나름대로 도출하도록 하는 질문, 정확한 시간 개념을 요하는 질문 등이 비정형적 질문에 해당한다. 비기본 연산 질문이나 문장식 질문도 종종 제시되었다.
마지막으로 질문의 양호도를 질문의 명확성, 경험 세계와의 유관성, 질문의 포괄 범위, 적절한 안내·단서·지침 등의 제시 여부 등의 측면에서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부분의 경우, 질문의 의미는 명확하였다. 그러나 몇몇의 경우에서는 질문이 명확하지 않아 어떤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지 당황스럽게도 하였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하나의 산소호흡기는 1600리터 공기를 가지고 있다. 간단한 일을 할 때 인간은 1분에 20리터 공기를, 힘든 일을 할 때에는 80리터 공기를 필요로 한다.
나는 내 소방용 호수차에 1800m짜리 호스가 더 있어. 우리 펌프는 1분에 400리터를 퍼 올릴 수 있어. 그런데 그게 14분 전부터 작동중이야. 저수통에 240,000리터의 물이 더 있어. 우리 펌프는 1분에 800리터를 나를 수 있는 거야. |
위의 질문들은 물론 나눗셈을 연산하도록 요하는 질문이다. 그러나 무엇을 묻는지 분명하게 진술하지 않아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산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데 주저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경험 세계와의 유관성’은 문장식 질문에서 활용된 소재를 통해 다소 확보된 편으로 부석할 수 있다. 활용된 소재로서는 호스, 산소호흡기, 컴퓨터, 로또, 상자 안의 병, 음료, 가방, 교통 경비, 우유, 백열등, 램프, 가족의 음식 소비량 등이었다.
셋째, 질문의 포괄 범위는 너무 많은 편으로 분석된다. 한 페이지에 담긴 질문의 수가 지나치게 많은데, 100번 이상의 나눗셈 연산을 요하는 페이지도 있다. 이처럼 많은 문항을 한 페이지에 담아 학생들에게 모두 풀도록 하는 방식은 지루함과 따분함을 낳을 수 있다.
넷째, 적절한 안내나 단서, 지침의 제시 여부에 있어서는 그리 친절한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 앞서 언급되었던 대로 질문의 의미 자체가 모호한 경우도 있었으며, 학습 내용을 풀이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각 단계별 연산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가 부족하였다.
다섯째, 사고 유형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사고의 다양성보다는 학습내용의 이해와 숙달에 비중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한 연산의 반복을 요하는 질문들이 많았다. 그러나 숫자를 제시하고 각기 문제를 만들도록 하거나, 먼저 어림짐작해 보고 검산하도록 하거나, 혹은 각각의 문제에서 계산과정을 찾아내도록 하는 질문들은 사고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질문들이라 할 수 있다.